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백산 김정옥 사기장의 삶과 도업

* 사진 및 자료정리 : 백산도자문화연구소

1950년대

300여 년 가문의 물레를 이어받다.

1958년 내가 17세가 되던 해 아버지(6대 김교수金敎壽, 1894~1973)께서는 이미 예순을 훌쩍 넘기셨다.
해방 이후 잠시 활황을 이루던 도자기 판매는 전쟁의 여파로 어려워졌고 집안사정도 좋을 수는 없었다.
가세가 기울자 막내인 나는 학업을 뒤로하고 3형제 중 유일하게 아버지의 물레를 이어받았다.

그 때가 내 나이 열일곱.

할아버지(5대 비안備安 김운희金雲熙, 1860~1929)와 함께 조선 왕실의 도자기를 만들었던
광주 분원分院에서 생활하며 기술을 익히신 아버지께서 일제강점기 이후 광주 일대의
도자기 공장에 성형장成形匠으로 고용되어 작업을 시작하신 때도
열일곱 되시던 해였다.


그렇게 나는 숙명처럼 아버지의 물레를 이어받았고,


우리 두 부자夫子는 물레에 흙이 마르지 않도록
그리고 가마에서 불기운이 사라지지 않도록
끝이 없을 것 같은 고된 사기장의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6대 김교수 사기장이 사용했던 물레 부속구
(봇극과 갓모) 및 성형도구(지질박)

6대 김교수金敎壽, 1894~1973

7대 백산 김정옥, 1956

7대 백산 김정옥, 1959

백산 가문 물레의 유래 및 전승과정_백산 김정옥 소장

본 물레는 국가무형문화재 105호 백산 김정옥 사기장으로 이어지는 백산 도자 9대 가문의 1代인 김취정(金就廷, 1730년대 생) 사기장부터 사용되었다. 이후 2대 김광표(金光杓, 1761~?), 3대 김영수(金永洙, 1804~?), 4대 김낙집(金洛集, 1828~?), 5대 비안 김운희(備安 金雲熙, 1860~ 1929) 사기장을 거쳐 6대 김교수(金敎壽, 1894 ~1973) 사기장에게로 물려져 내려왔다.

1950년대 후반 백산 김정옥은 선친 김교수로부터 도자기술을 전수받기 시작한 17세 때부터 선친으로부터 가문의 물레를 이어받아 약 30여 년 동안 사용하였다. 1984년경부터 이 물레의 역사적 가치를 고려하여 사용을 중단하고 원형상태로 보존하고 있다.

본 물레는 조선시대 18세기 중반에 제작되어 대략 270여 년의 긴 시간 동안 지속되어 온 것으로 조선 후기 도자 성형의 주요한 도구였던 물레의 실체를 보여주는 매우 귀중한 실물 자료이다. 오랜 도자 역사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남아있는 원형상태의 전통물레는 거의 없으며 현대에 이르러 기계식 물레의 편리성 때문에 전통물레의 사용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 물레는 한국 도자제작 기법의 역사적 변천과정과 조선 후기 도자기 성형 도구의 형태를 파악하는데 있어서 학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